전기차, 자율주행, 우주 탐사, 드론, AI, 반도체, 로봇, 에너지, 통신, 바이오, 양자컴퓨터 등 전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기업들은 ‘딥테크(Deep Tech)’ 혁신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의 우위, 중국의 속도, 유럽연합(EU)과 일본의 집중력이라는 격렬한 경쟁 구도 속에서, 특히 AI, 반도체, 로봇을 중심으로 한 ‘딥테크 AI 로봇 전쟁’이 심화하며 각국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체계적으로 조명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이 밀리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가 전략의 방향과 기업의 현실적 대응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AI 혁신이 가져오는 글로벌 산업지형의 지각변동
AI 혁신의 속도는 상상을 뛰어넘고 있다. 기존 산업에 디지털·지능형 기술이 융합되면서, 산업지형 전반에 극적인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은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와 기술 생태계의 자본력이 뒷받침돼, 각종 AI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플랫폼에서 압도적 우위를 자랑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은 이미 자연어 처리·생성, 초거대 언어모델, 지능형 검색 기술 등에서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와 로봇공학, 자율주행 등 신기술로 미래산업의 주도권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중국은 대규모 인구와 데이터, 파격적인 정부 주도로 AI 및 로봇 분야에서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BAT)를 포함한 빅테크들의 예산 및 인재 투자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딥러닝 알고리즘 고도화, 의료 AI, 영상 인식, 스마트시티 및 제조 자동화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획·개발·상용화 등 과정의 속도는 서방 세계를 크게 위협하며, 국경을 넘어 수출 경쟁력도 과시한다.
EU와 일본은 한정된 시장과 자원에도 불구하고, 특화분야에 대해 끈질긴 집중력을 발휘한다. AI 윤리와 신뢰성, 반도체 첨단소재, 정밀로봇 분야 등에서 독자적인 연구와 상용화를 지속한다. 다양한 다자간 협력과 글로벌 표준화 주도도 이들 전략의 핵심이다. 이와 같이 각국이 저마다 강점과 전략으로 ‘AI-로봇-반도체’ 딥테크 주도권 경쟁을 펼치는 과정에서 글로벌 넘버원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교체되는 등 산업 패러다임 자체가 대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 글로벌 딥테크 전쟁의 ‘서드 무버’에서 탈피할 길은?
한국은 과거 IT 붐, 모바일 혁신에 발맞춰 글로벌 1, 2위권에 오른 경험이 있으나, 최근 딥테크 경쟁 환경에서는 점점 ‘중간계’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중국에 비해 파괴적 혁신의 동력과 대형 플랫폼 기업이 부족하고, EU·일본에 비해 특정 영역의 독보적 전문성 및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딥테크 AI 로봇 전쟁’의 글로벌 맥락에서 한국만의 돌파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절실하다.
첫째, 세계 수준의 반도체, 배터리, 정밀기계, 공정기술 등 ‘킬러 애셋(Killer Asset)’ 기반 부문을 AI와 결합시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기아차 등 주요 기업과 스타트업, 연구기관의 협업을 통해 ‘AI 반도체-차세대 전기차-스마트 로봇’ 분야에서 미래 표준을 선점해야 한다.
둘째,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인프라, 교육 인재, 연구개발 역량을 효과적으로 결합·활용하는 ‘국가적 오픈 이노베이션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선진국 대비 부족한 규제 샌드박스, 실패에 대한 보상체계, 민관협력 네트워크 강화 등은 반드시 구축해야 할 과제이다.
셋째, 글로벌 시장에서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AI·로봇 서비스가 창출될 수 있도록, ‘작지만 강한 기업’의 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한다. 가령 의료, 제조, 로지스틱스, 농수산업, 위성·우주, 국방 등 각 산업별 특화 AI와 로봇 솔루션의 글로벌 수출 플랫폼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마지막으로, 국가 R&D 투자와 규제 혁신, 글로벌 표준화 선도를 통해 ‘퍼스트 무버’로 재도약하는 전략적 의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기존의 따라잡기형(deep follower)에서 진정한 시장 개척자(first mover)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민첩성과 집중력, 유연성과 파괴적 실행력을 모두 강화해야 한다.
AI·로봇·반도체 ‘딥테크 삼각축’ 집중 전략의 필요성
이미 세계는 ‘딥테크 삼각축(트라이앵글)’ 중심으로 산업 지형이 극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 삼각축의 핵심은 바로 AI, 반도체, 로봇이다. AI는 모든 산업의 ‘두뇌’로, 반도체는 ‘뇌와 신경’, 로봇은 ‘손과 발’의 역할을 맡으며, 이 세 영역의 융합 속도가 지구촌 경제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한국은 반도체 투톱(메모리 및 시스템), 전기차 기반 배터리, 정밀기계 등 세계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나, AI 알고리즘·응용 SW, 서비스 로봇 등 ‘블루오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실정이다. 미국과 중국은 초지능 AI와 멀티모달 로봇, 첨단 공정 반도체 투자에 천문학적 자본을 쏟는데 비해, 한국은 여전히 ‘수출 중심 제조업’에 집중되어 투자 및 인재 배분이 경직되었다는 평가가 많다.
따라서 한국은 다음과 같은 ‘집중적 반전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 AI 알고리즘 및 응용 SW(Healthcare AI, Mobility AI, 국방 AI 등) 융·복합 생태계 강화
- 차세대 반도체(뉴로모픽, 양자컴퓨팅 칩 등)에 대한 민관 공동투자 및 플랫폼 표준화
- 산업·서비스 로봇 개발과 글로벌 협력체계 구축(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헬스케어 등)
- 전통 제조업과 딥테크 융합을 위한 연속형 R&D 프로그램 신설, 혁신적 실패 보상체계 마련
- ‘글로벌 탤런트’ 유치 및 글로벌 시장 동시 진출 가능한 스타트업과의 과감한 협업
이러한 전략적 선택과 집중 없이는 미국의 기술 리더십, 중국의 초고속 확장, EU·일본의 집중력에 밀릴 수밖에 없다. 한국 특유의 강점(빠른 시장 수용력, 산업 네트워크, 데이터 인프라)에 AI·반도체·로봇 핵심 역량을 결합시킨다면, 단순 ‘따라잡기’가 아닌 새로운 글로벌 트렌드를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딥테크 AI 로봇 전쟁’에서 미국의 우위, 중국의 속도, EU와 일본의 집중력에 맞서기 위해, 한국은 단순한 추격자 전략을 넘어 각국과 차별화한 ‘성장 엔진’과 ‘집중 분야’를 정립해야 한다. 특히 AI 혁신이 산업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오늘, 반도체·로봇·AI 삼각축을 중심으로 민관 협력과 오픈 이노베이션, 신속한 규제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앞으로 한국은 세계시장에서 ‘서드 무버’가 아닌 ‘퍼스트 무버’로 자리 잡기 위한 과감한 투자와 도전이 필요하다.
이제 한국의 딥테크 기업과 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서 생존을 넘어, 미래 경제의 선도자로 도약할 구체적 전략과 실행력을 갖추어야 한다. 다음 단계로는, 각 산업 영역별 딥테크 성공 사례 분석과, 글로벌 시장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한 협력 모델을 면밀히 진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