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 신경과 문연실 교수가 이끄는 광진구치매안심센터에서는 올해 봄부터 경도인지장애 노인과 치매 환자 가족들을 위한 ‘느슨한 가드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에서 치매 유병률이 9.25%에 달하고, 경도인지장애 유병률은 28.42%로 2016년에 비해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이에 치매 예방과 환자 가족의 돌봄 부담 감소를 위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의 도입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정원을 통한 치매 환자와 가족의 유대 강화: 느슨한 가드닝의 구성
‘느슨한 가드닝’ 프로그램은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 환자 가족들이 함께 가드닝 활동을 하며 교류하는 시간을 갖도록 기획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정원'은 단순한 자연 공간 그 이상으로, 소통과 힐링, 그리고 공동체성 회복의 장이 됩니다.먼저, 참여자들은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다양한 식물을 심고 가꾸며 손끝으로 자연의 변화를 느낍니다. 이러한 생생한 경험은 정서적 안정을 촉진하고, 어르신들에게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특히 정원을 가꾸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긍정적인 감정과 직접적인 성취감은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하기 위한 매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이 구성됩니다. - 주 1회 정원 모임: 계절별 식물 심기 및 화분 관리 - 식물 성장 관찰기록 장려: 사진 찍기, 일지 작성 등 - 참여자 상호간 소통 시간: 느린 산책, 다과 나누기, 가드닝 경험 공유 이처럼 느슨하고 자연스러운 소통 구조 덕분에, 경직된 돌봄 환경에서 벗어나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함께 돌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특히 치매 환자 가족들은 정원에서의 시간을 통해 치매에 대한 정보도 공유하며,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고 위로를 받아 심리적 소진을 덜 수 있습니다. 정원이 자연스럽게 상담과 공감의 장이 되어주는 셈입니다. 느슨한 가드닝이 딱딱한 치료 프로그램과 달리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진다는 점 역시 큰 장점입니다.
식물과 만나는 치유의 순간: 인지기능 자극과 정서 안정
느슨한 가드닝 프로그램에서 식물과 직접 교감하는 경험은 경도인지장애 노인에게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식물의 잎을 만지고, 흙을 만지는 촉각 자극, 씨앗을 심고 모종을 옮겨심는 소근육 활동은 뇌 자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무엇보다 살아있는 녹색 생명을 돌보는 동안, 어르신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인지하며 순간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집중은 불안과 우울을 감소시키고, 전반적인 정서 안정에도 큰 몫을 합니다. 시간이 흐르며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는 과정은 어르신들에게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감을 안겨줍니다.
가족들과 함께 이 과정을 공유하면 정서적 유대를 강화할 수 있으며, 고립되기 쉬운 경도인지장애 어르신들이 사회적 소속감을 느끼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 중 많은 분들이 "식물을 가꾸며 내 안에도 희망이 자란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식물을 돌보는 일상은 단조로운 일과에서 벗어난 새로운 활력소이자, 자기주도적 활동이 어려운 치매 전 단계 어르신들에게 자존감을 올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또한 이러한 경험은 치매 진행을 늦추고, 정기적인 인지 및 운동적 자극을 제공하는 효과적인 치유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가족의 돌봄 부담을 줄이는 ‘느슨한’ 접근의 효과
치매 환자 가족들은 일상적으로 신체적·정신적 부담에 시달립니다. 느슨한 가드닝 프로그램은 가족 구성원의 부담을 줄여 주는 의외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가장 큰 특징은 ‘느슨함’에서 비롯된 자율적인 분위기입니다. 참가자 각자가 자신의 속도에 맞춰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함으로써, 부담스럽지 않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합니다. 가족들은 돌봄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다른 가족들과의 교류도 이뤄집니다.
동시에, 이 프로그램은 가족들에게 지속적인 심리적 지지체계를 제공합니다. 현장에서 전문가의 조언과 정보전달도 함께 이루어져, 치매 관련 실질적인 정보 취득과 감정적 희망을 동시에 얻을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 참여 이후, 가족들은 다음과 같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 돌봄 스트레스 감소 - 다른 가족들과 공감대 형성 - 정서적 소진 완화 - 치매에 대한 정보 및 대처법 습득
느슨한 가드닝은 치매 환자를 돌보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가족들에게 ‘함께하는 여유’를 선사합니다. 이러한 ‘함께’의 힘이 바로 진정한 돌봄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느슨한 가드닝 프로그램은 경도인지장애 어르신들의 인지기능 활성화와 정서적 안정, 그리고 치매 환자 가족의 심리적 소진 완화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원을 매개로 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 효과를 보이고 있는 지금, 지역사회 내 보다 많은 노인 돌봄 및 치매 가족 지원 프로그램이 꾸준히 확산되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느슨한 가드닝처럼 자연 친화적이고 공동체 중심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