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에모리대와 이탈리아 볼로냐의대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동년배에 비해 심혈관 질환 위험이 더 높으며, 이로 인해 기대수명이 10~20년 감소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3백만 명이 넘는 정신질환자의 데이터를 포함한 총 92건의 대규모 메타분석을 통해 정신질환과 심혈관질환, 그리고 사망률 간 밀접한 연관성이 밝혀졌다. 이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정신질환과 심혈관질환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매우 중요한 근거로 주목받고 있다.
정신질환과 심혈관질환: 밀접한 연관성의 과학적 근거
정신질환과 심혈관질환은 표면적으로는 별개의 건강 문제 같지만, 최근 연구들은 이 두 가지 질환이 놀라울 만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에모리대와 볼로냐의대, 주커 힐사이드 병원, 파도바 임상 연구소 등이 참여한 이번 메타분석에는 3백만 명이 넘는 정신질환자의 방대한 의료 데이터가 분석 대상으로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우울증 ▲불안 장애 ▲조현병 ▲양극성 장애 등 다양한 정신질환이 심혈관 질환 유병률과 명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이 연구들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는 일반인보다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심부전 등 주요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1.5~2배 가량 높았다. 이는 행동적·생물학적 요인, 예를 들면 흡연·비만·운동 부족과 같은 생활습관뿐 아니라 만성 스트레스, 자율신경계 이상, 염증 반응 등의 생리학적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심리적 스트레스가 만성적으로 이어지면 신체의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이로 인해 혈압 상승과 혈관 손상을 유발한다. 아울러, 일부 정신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예: 항정신병제)도 대사 장애나 체중 증가를 일으켜 심혈관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정신질환자는 비교적 젊은 나이부터 심혈관질환의 위험에 노출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즉,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을 항상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심신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대수명: 동년배 대비 10~20년 감소, 그 충격적 현실
정신질환자의 기대수명이 동년배 일반인에 비해 10~20년씩 짧아진다는 사실은 사회적으로도 매우 충격적인 결과이다. 메타분석 결과, 중증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에서 심혈관계질환으로 인한 조기 사망 위험이 눈에 띄게 높았으며, 실제로 조현병, 양극성장애, 주요 우울장애 진단을 받은 이들에게서 젊은 나이부터 급성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등 중증 심뇌혈관질환이 빠르게 발병하는 경향이 확인되었다.일반적으로 조현병 환자의 경우 기대수명이 비슷한 연령의 일반인보다 무려 15~20년 감소하며, 주요 우울장애와 불안 장애만 있어도 7~10년 정도 단축된다는 여러 통계가 있다. 각종 만성 심혈관질환이 이들의 삶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와 같은 기대수명 감소 현상은 단순히 유전적 요인이나 기저질환 때문만이 아니라, 사회적 고립·경제적 어려움·운동 부족·식습관 저하 등 복합적인 사회환경적 스트레스가 맞물려 정신·신체 양쪽 건강 모두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정신질환 환자의 치료와 관리에 있어 심리·정신적 접근만이 아니라, 심혈관 등 신체 건강 위험에도 다각적이고 실질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대임을 연구결과는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심혈관질환 예방 및 관리전략: 정신질환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열쇠
이러한 배경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신질환 환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심혈관 건강관리다. 연구진들은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관리전략을 권고하고 있다.첫째,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환자는 반드시 정기적으로 혈압, 혈당, 지질 등 심혈관 위험 요인에 대한 검사를 받고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둘째, 식습관 개선(포화지방·당분·염분 제한), 규칙적인 신체활동, 적정 체중 유지 등 일상적인 건강 습관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셋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심장내과 전문의 간 긴밀한 협진 체계를 구축하여, 정신질환 치료와 심혈관질환 예방·치료가 병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약물로 인한 부작용(예: 체중 증가, 대사 이상) 발생 시 적극적으로 조절 방안을 모색하고, 필요한 경우 약제 변경·생활습관 개선 등 맞춤형 대책을 세워야 한다.
다섯째, 사회적 고립이나 경제적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지역사회 차원의 심리지원, 복지정책 확대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이 밖에 정신질환 환자 자신과 가족들의 질병관리 인식 제고, 조기 위험신호 발견을 위한 교육 역시 필수적이다. 건강한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해서는 심리적 고통뿐 아니라 신체 건강관리도 동등하게 중요하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정신질환 환자의 심혈관질환 유병률과 사망률이 높아 기대수명이 10~20년이나 감소한다는 대규모 연구결과는, 심리와 신체 건강이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앞으로는 정신질환 치료와 더불어 심혈관질환 예방 및 관리에도 적극적인 관심과 실천이 요구된다. 이제 자신의 건강상태를 더욱 세밀하게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전문 의료진과 함께 맞춤형 건강관리 계획을 세워보자. 이러한 작은 실천이 결국 정신질환 환자의 생명 연장과 더 나은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