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인간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다양한 삶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습득하는 중요한 창구입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의 독서율이 32.7%로 성인 비장애인에 비해 낮으며, 그 원인으로는 그들에게 적합한 쉽고 유익한 책의 부족과 높은 도서관 이용 장벽이 있습니다. 발달장애인도 쉽게 읽고 삶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읽기 쉬운 도서의 필요성, 그리고 독서 환경 개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독서율 저하: 발달장애인의 현실적인 장벽
발달장애인의 독서율이 성인 비장애인에 비해 현저히 낮게 나타나는 것은 우리 사회의 포용성과 평등한 기회를 얼마나 보장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의 2024년 장애인 독서 활동 실태 조사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의 독서율은 32.7%로 조사되었습니다. 반면 성인 비장애인의 독서율은 43%로 나타나, 두 집단 간의 확연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그 원인은 다양하지만 무엇보다도 교육과 정보 접근에서의 불균형이 대표적인 장애 요소로 지목됩니다.발달장애의 특성상, 읽기에 필요한 인지적·언어적 지원이 함께 제공되어야 하지만, 실제로 이를 지원해주는 사회적 기반은 여전히 미비합니다. 많은 발달장애인들은 글자 해독은 가능하지만 긴 문장이나 추상적인 표현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독서 자체가 힘들게 다가오며, 자발적으로 책을 읽고 싶은 의욕도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읽을거리의 부족, 도서관에서의 물리적·심리적 거리감, 다양한 정보의 비대칭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달장애인의 독서활동을 어렵게 만듭니다.
이러한 독서율 저하는 단순히 문화생활의 제약에 그치지 않습니다. 정보 접근의 제한은 곧 자기표현 능력의 저하, 자기주도적 학습의 어려움, 더 나아가 사회참여 기회의 축소로 이어집니다. 독서가 단초가 되어 감정표현 능력, 사회적 소통, 일상생활에서의 선택권 신장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발달장애인의 낮은 독서율은 그들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독서 교육의 기회를 늘리는 것을 넘어 발달장애인의 생활환경과 개인적 특성에 맞춘 맞춤형 지원 확대가 시급합니다. 이를 위해 학교 및 지역 사회, 도서관, 복지센터 등 다양한 기관 간의 협력이 중요하며, 보다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정책 마련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쉬운 책 부족: 누구나 다가갈 수 있는 도서의 필요성
발달장애인의 낮은 독서율의 또 다른 복합적 원인은 ‘쉬운 책’의 부족입니다. 대다수 도서관과 서점에는 여전히 긴 문장, 추상적 어휘, 복잡한 구문 구조로 채워진 일반 도서가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책들은 발달장애인 뿐만 아니라 읽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많은 사람들에게 장벽으로 작용합니다.쉬운 책, 즉 ‘읽기 쉬운 책’이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간결한 문장과 쉬운 단어, 그림이나 사진 등 시각 자료가 적절히 배치된 책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도서가 현저히 부족합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발행된 읽기 쉬운 책은 전체 출판 시장의 미미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공공도서관에서도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책 코너가 만족스럽게 마련된 곳은 드뭅니다.
이러한 현실은 발달장애인이 간접 경험을 쌓고, 상황별 감정을 익히는 데도 직접적인 어려움을 줍니다. 예를 들어, ‘나는 화가 났어’처럼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도록 안내해주는 책, 직장이나 학교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대화와 상황별 대처법을 담은 도서가 일반화되어야 합니다.
또한 점자책, 오디오북, 이지리딩(쉬운 읽기) 버전 등 다양한 접근 방식이 병행되어 제공될 필요가 있습니다. 국립장애인도서관, 지역 공공도서관 등은 이러한 도서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하며, 출판 업계 역시 해당 분야의 개발 필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콘텐츠 제작에 앞장서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노인, 외국인, 초등학생 등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읽기 쉬운 책 확산이 필요합니다. 이는 사회적 포용성을 확대하고 모두에게 동등한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도서관 문턱 극복: 정보 접근성 개선 전략
도서관은 지식과 정보를 얻는 주요 허브임에도 불구하고, 발달장애인은 아직도 도서관의 문턱이 높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물리적 접근성, 정보 제공의 방식, 심리적 장벽 등 복합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첫째, 물리적 접근성의 측면에서 도서관 내 휠체어 접근성, 계단이나 문턱, 안내 표지의 미흡함 등이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조용한 공간, 쉴 수 있는 자리, 개인별 맞춤형 안내 서비스가 마련돼야 합니다.
둘째, 정보 제공 방식 역시 발달장애인에게 특별히 배려된 안내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도서관 이용 수칙이나 검색 시스템이 지나치게 복잡하면 이용 의욕이 크게 떨어지기 쉽습니다. 이에 따라 단계별로 그림이나 상징, 쉬운 설명이 포함된 안내 책자와 영상 등 다양한 지원 도구가 마련돼야 합니다.
셋째, 심리적 장벽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도서관 직원이나 이용객의 따뜻하고 이해심 있는 태도, 발달장애인 전담 사서 및 상담 인력의 배치가 도움이 됩니다. 또한, 발달장애인을 위한 독서 프로그램, 그룹 모임, 맞춤형 독후활동 등이 지속적으로 운영돼야 발달장애인이 도서관 방문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발달장애인 가족과 보호자, 지역사회 자원봉사자의 참여를 유도해 정보 접근성 향상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입니다. 지역 도서관과 복지기관, 출판 업체가 연계하여 주기적으로 발달장애인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한다면 도서관은 진정 모두를 위한 열린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도서관 문턱을 낮추고 정보 접근성을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시설 개선과 더불어 지역사회 전체의 인식 전환과 협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일 때 비로소 발달장애인은 지식, 문화, 정보에 동등하게 참여하는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낮은 독서율과 그 주요 원인인 읽기 쉬운 책의 부족, 그리고 도서관 접근성의 한계는 이들 삶의 질을 제약하는 심각한 사회적 쟁점입니다. 읽기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책의 확대, 시설·서비스 개선, 그리고 인식 개선이 모두 동시에 이루어져야 진정한 정보 격차 해소가 가능합니다. 앞으로 쉬운 도서의 확대 출판, 맞춤형 독서 프로그램 개발, 평생 학습 기관과 도서관의 협업 등 구체적인 실천이 동반될 때, 보다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책을 통해 성장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활발히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제도적 지원을 통해 모두를 위한 독서 환경이 만들어져야 할 시점입니다.